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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스터셔 역에서 저택으로 향하는 택시의 뒷좌석에 앉아 줄곧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에 익은 풍경이 빠르게 휙휙 뒤로 지나갔다. 저 멀리로 글로스터셔를 통과하는 세번 강의 강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물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오로지 글로스터 가의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한 글로스터 저택의 본관은 당연한 듯 제이드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 채 유유히 흐르는 세번 강의 물살 곁에 서 있었다. 제이드는 점점 가까워 오는 저택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 사랑하는 이들에게 받은 이름과 가치로서 스스로를 키워나간 곳. 불경한 찬탈자가 모든 것을 빼앗았던 곳이요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묻힌 폐허.

 

 그리고, 비로소 제가 되찾아 가질 곳이자 마땅히 거머쥘 승리가 기다리는 곳. 

 저택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심한 추위를 느꼈다. 계절은 여름의 한가운데였으나 내리쬐는 햇살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추웠다. 호시탐탐 가슴 깊이 파고들 기회만 노리는 냉기는 세계가 봄을 잃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말을 할 때면 입김이 연기처럼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숨을 쉴 때면 작은 얼음 결정이 공기 중에 반짝이는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그럴 때마다 반복하고, 반복해서, 기억해야만 하는 사실들을 끊임없이 입 속에서 되뇌었다. 

 소년은 안데르센이 창조한 게르다가 아니었으며 인간의 삶 역시 동화와 같을 수는 없었다. 옅게 흩어지는 숨결은 투구를 쓴 천사가 되어 저를 에워싸지도 않았고, 여왕의 무시무시한 눈송이 파수꾼들을 무찌르는 창 든 군대도 없었지만, 제이드는 저택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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