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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J, #8: The Snow Queen
올리버는 창백한 낯으로 눈을 내리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큰 키의 몸을 칭칭 옭아맨 마법 밧줄이 벽에 딱 달라붙어서, 올리버가 바닥으로 쓰러지지 못하도록 붙들어놓고 있었다. 바닥에 눕는 것조차 허용되지 못한 올리버의 모습은 마치 나무 십자가에 매달린 죄수, 혹은 박제된 나비의 표본처럼 보였다.
그의 발치에는 부러진 지팡이가 나뒹굴었다. 유니콘의 꼬리털로 보이는 희고 가느다란 심이 처량하게 바깥으로 삐져나온 채, 완전히 두 동강이 나버린 지팡이는 어떤 솜씨좋은 장인의 손에서도 되살아나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할 것 같았다.
지팡이를 거머쥔 제이드는 뒤집어진 카펫이며 가구의 잔해를 넘어서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갔다. 길버트가 올리버를 향한 지팡이를 거두지 않은 채 제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다 끝났다. 글로스터는 네 거란다."
"원래부터 내 것이었지요, 길버트 삼촌."
기묘하게 울렁거리는 감각을 내리누르며 제이드는 올리버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발끝을 조심스럽게 들어서 그의 이마에 입맞추었다. 줄곧 제 속을 넘실거리던 냉기가 감각을 무디게 만들기라도 한 것인지, 입술에 닿는 체온은 온도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싸늘했던가, 혹은 따뜻했던가. 살갗이 지닌 매끈함과 한없이 친숙한 감촉만큼은 틀림없이 인간의 것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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